山行記

북한산 단풍 산행

루이스. 2021. 11. 2. 10:38

<북한산 단풍 산행기>

 

따뜻한 봄 도봉산 에덴바위 산행 후 10월 30일(토요일) 처음으로 북한산을 찾아 간다.

오른손 약지와 소지 사이의 근육이상으로 암릉산행은 물론이고 스틱조차 잡을 수 없어 그 동안 가까운 문수산만 오르고 내렸다.

자동차 핸들 움직이기도 힘들었는데 다행히도 설악의 붉은 단풍이 절정이라는 소식이 들려오던 얼마 전, 나의 오른손도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다. 

 

오랜만의 산행이니 북한산까지 나를 태워다 준다며, 위험한 바위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말고

가급적이면 얼른 산행하고 일찍 내려오라 은근히 압력을 넣으며 북한산성통제소 앞에 나를 내려놓고 마눌님은  떠났다.(08:02)

 

<08:32 북한동 역사관>

늦가을 답지 않게 간절기 긴팔 T 하나만 입어도 충분한 날씨인데 북한산 하늘은 잔뜩 흐려 있다.

언제나 그랬지만 오늘도 산성계곡따라 오르려 통제소에서 둘래교로 들어와 산행준비를 끝내고 계곡길로 들어선다

딱딱한 아스팔트길따라 대서문으로 오르는 것보다 거친 바위가 있더라도 자연 그대로인 계곡길이 훨씬 좋다. 

단풍도 계곡 단풍이 훨씬 더 짙고 찬란하다.

 

그런데 아직도 북한산 단풍은 둘래교 까지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북한동 역사관 까지 가끔 시들어 버린 누런 나뭇잎만 보일 뿐이고 휘황찬란한 단풍모습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아스팔트 포장길과 계곡길이 합쳐지는 북한동 역사관 앞 큰 나무들은 이제 조금씩 노란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역사관에서 다리를 건너면 유난히도 붉은 단풍나무 한 그루가 매번 그냥 지나치던 이정목으로 절로 다가 서게 한다. 

대남문.북한산대피소 방향 우측길로 들어선다

 

 <08:44>

북한동 역사관에서 점점 멀어지고 중성문이 가까워 질수록 산성계곡 단풍모습도 점점 짙어진다.

 

<08:55 노적사>

08:47 중성문을 지나 노적교를 건너 노적사로 들어간다.

산행을 하지않고 산성계곡으로 단풍구경을 왔다면 빼놓지 않고 들르는 북한산성 계곡의 명소다.

노적사로 들어가는 길에  고운 단풍도 아직 절정에 이르지 못했다.

노적사 대웅전 앞에서 노적봉을 바라보니 마음 설렌다.

지난해 그간의 산행 경험 중에서도 유독 특별한 감동과 희열을 느꼈던 노적봉이기에  작금의 어수선한 시절에 반 년이 넘도록 만나지 못하고 오늘에서야 먼 발치에서 바라보니 어찌 설레지 않겠는가

 

<09:01>

노적사에서 우측으로 연등 따라가다 돌계단길을  내려서면 노적사. 구진국사 표시석이 서있는

중성문에서 오는 길과 만난다.

 

<09:07> 

다시 산성계곡길로 내려서 중흥사로 향하면 오늘 황홀한 단풍산행의 서곡인듯

찬란한 단풍모습이 나를 맞는다.

 

<09:18 산영루>

북한산성 주차장에서 일단 여기까지 왔다면 계곡 반석아래로 내려가볼 것을 권하고 싶다.

봄이면 신록의 새순을 바라보며 흐르는 물에 손씻고, 한 여름 더위에는 시원한 그늘에 앉아 흐르는 계곡물에 발담그고

가을이 오면 산영루 아래 계곡 건너에 줄줄이 붉게 물든 단풍을 마음껏 바라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09:25 중흥사 갈림길>

백운대나 문수봉아래 대남문으로 가려면 우측으로 계곡을 건넌다.

노적봉으로 가려면 좌측길로 들어가 중흥사로 향한다.  

 

<09:40>

중흥사를 좌측에 두고 돌아 계곡을 따라서 등산로를 따라5~6분정도 들어가면 거의 평지와 같은 마른계곡삼거리에 이른다.

노적봉은 이곳에서 마른계곡을 건너지 않고서 좌측방향으로 직진한다.

우측 마른계곡을 건너 좀더 선명한 길을 따라 끝까지 올라가면 백운대에서 대동문이나 용암문 방향으로 향할때

노적봉입구와 용암문사이 우측에 대동문1.6km 백운대1.4km 이정목이 있는 곳이다.

 

우측 마른계곡을 건너 5분정도를 올라오면 북한산의 숨어있는 또 하나의 단풍군락지에 이른다.

비탐방지역 이어서 인적이 거의 없다.

작년에 여러번 이곳을 지나 갔으나 사람은 좀처럼 만나지 못하였고 무수한 단풍나무만 보여 오늘 노적봉 가는길 옆이라찾아온 것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화려한 모습에 찬탄을 금할 수 없다.

북한산의 단풍맛집이라고 하는 북한산성대피소에서 중흥사로 내려가는 단풍길 못지않은 것 같다.

규모는 조금 작을지 모르겠으나 그 화려함은 조금도 뒤지지 않아 흡족한 마음으로 

아무도 없는 호젓한 곳에서 가을 단풍의 황홀경에 빠져든다.

 

행여라도 가을나들이 삼아 산영루까지 왔다면 꼭 여길 한번 와보시라 !!

비탐지역이지만 중흥사옆 계곡을 따르면 금줄이 없고 출입금지 표시도 없다.

 

아무도 없는 단풍군락지에서 거의 20여분간 가을 단풍 정취를 마음껏 만끽했다.

작년 이맘때쯤 아내와 함께 바로옆 북한산대피소에서 중흥사로 내려오며 철지난 단풍모습에 아쉬워했던 기억에, 지금은 나 혼자만 그  호강을  누리는 것 같아 화려한 단풍모습이 펼쳐지면 펼쳐질수록 작년과는 다른 의미의 아쉬움이 더 커지기만 한다.

 

 

<10:30>

다시 마른계곡 삼거리로 되돌아와 노적봉으로 향한다.

한 동안 김포 문수산만 오르내리다 가파른 노적봉 안부로 가는 거친 길을 오르려니 꽤나 힘들다.

쉬어 오를겸 전망바위에서 가을정취 그윽한 노적사를 내려다 본다.

사진 우측 끝에 하얀 용마루 올린 중성문도 내려다 보인다.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노적사 건너의 의상능선>

좌측 뾰족한 보현봉 아래 대남문 지난 북한산성은 문수봉에서 의상능선으로 이어져 다시 나월-나한-중취-용혈-용출봉을 지나 의상봉에서 대서문으로 내려간다

 

<산성능선>

원효봉에서 염초봉을 지나 백운대로 올라온 북한산성은 사진으로는 보이지 않으나  좌측 부드럽게 보이는 산등성이 동장대가 있는곳이고, 골짜기 마다 세워져있는 대동문 보국문 대성문을 지나 뾰족한 보현봉 앞을 거쳐 대남문으로 내려갔다 다시 문수봉(3봉중 중앙)_으로 오른다.

 

<10:50 노적동봉>

급경사에 거친 바윗길 노적봉 안부로 오르는 길은 언제나 힘들다.

스틱을 접어 배낭에 걸고 노적안부에 올라 잠시 멈칫한다.

마눌님의 감시하에 중등산화를 신었기에 서봉 오르는 것은 어찌저찌 오를 수 있겠지만 내려올때

는 위험하다.

한 동안 사과 구멍홀드와 우측 발딛는 홀드를 바라보다 동봉으로 오른다.

서봉이건 동봉이건 노적봉에 오르면 언제나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삼각산의 3봉우리다.

좌측부터 백운대.인수봉 만경대.

 

<용암봉과 산성능선>

 

<산성능선과 롯데타워>

흐린 날에다 미세먼지 끼어있으니 시계가 좋을리가 없다. 

멀리 롯데타워가 희미하게 연무에 묻혀있다.

 

<만경대>

<백운대>

<인수봉과 백운대로 오르는 등산객들>

<염초봉과 백운대>

무슨 말로 표현을 해야할까....

노적봉이 아니면 거대한 백운대의 가을정취를 어떻게 느낄수 있을 것인가....

 

<백운대 서벽밴드 하단의 가을모습>

 

<11:33 서벽밴드 입구>

아무도 없은 노적동봉에서 한동안 북한산의 가을정취에 빠져들어 꽤 오랜 시간을 보내고 노적봉 입구로 내려와 백운대로 향한다.

산성계곡을 타고 올라온 데크계단과 노적봉입구에서 올라온 계단이 만나는 데크계단에서 산성계곡쪽 계단을

내려 서면 바로 우측에 출입제한 표시판 뒤로 난 길로 들어선다.

 

<11:42 전망바위>

초행이면 서벽밴드로 가는 길은 조심해서 잘 살피며 가야한다

더듬더듬 10여분 정도 가면, 서벽밴드 건너려면 제한구역 안이라도 천천히 긴장감 풀고 좀 쉬어가라며

판판하고 경관 좋은 절벽 위의 암반이 자리를 권한다.

 

산성계곡 따라서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사람에 백운대로 오르려 힘들여 돌계단 오르는 사람들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건너편 만경대 산허리길따라 용암문으로 가는 길 아래 울긋불긋한 단풍 모습이 정말로 장관이다.

 

 <노적봉과 의상능선>

 

<약수릿지능선>

전망바위에서 뒷쪽으로 조금 내려가 잠시후 건너야할 서벽밴드와 약수릿지능선을 바라본다.

 

<11:59 서벽밴드>

까마득한 절벽 위의 와이어 밴드를 잡고 건너야 한다.

초보자는 보조장비를 와이어에 걸고 건너는 것이 좋고 경험자와 동행해야 한다.

 

조금전 조망바위 뒤에서 바라봐도 좋지만 약수릿지 능선은 줄잡고 건너며 봐야 제격이다.

다행히 중간에 작은 나무 가 있어 촬영하기에 좋은 곳이다.

 

<12:27 시발클럽>

서벽밴드를 건너 염초봉을 들러 가을단풍으로 유명한 밤골계곡으로 내려갈 생각으로 

마른폭포를 내려가는데 중등화를 신어서 자꾸 미끄러진다.

마른폭포하단부는 매우 미끄럽다.

도저히 중등산화로는 감당할수 없을것 같아 다시 올라와 시발 클럽에서 점심 식사를 한다.

 

참고로 시발클럽 이란 한국 택시사업의 원조 시발택시가 처음 나왔을 때(본인중학교시절)

시발택시 운전기사들이 북한산 암릉산행을 위해 아지트로 이용한 곳이라고 한다. 

휴식이나 식사하기 좋은 곳이다.

 

마침 서벽밴드를 건너는 사람들이 보여 렌즈를 당겨 보았다.

철저하게 안전 장비를 갖추고 건너고 있다.

 

<12:43>

마른폭포로 내려가지 못하니 반대편 마른폭포 계곡을 따라서 여우굴을 지나 백운대로 갈수도 없다.

백운대 오르는 릿지능선은 중등산화로는 어림도 없다.

힘도 들고....

할 수 없이 다시 서벽밴드를 건넌다.

서백밴드를 다시 건너며 아쉬운 마음에 염초봉을 담아봤다.

 

<노적봉>

서벽밴드를 건너며 바라보는 노적봉 모습인데 이곳에서 봐도 서봉보다 동봉이 조금 높다.

서봉이 동봉보다 낮다는 것을 이 대목에서 구태여 강조하는 것은 오늘 좀 덜 서운하다는 뜻도 담겨 있다.

 

<13:23 엄지바위>

서벽밴드를 다시 건너 위문을 통과해 백운대는 거르고 안골로 향하다 바람골 못미처에서 초코렛 바위로 올랐다.

숨은벽 능선의 최상부다.

인수봉 오르는 클라이머들을 한 동안 바라본다.

 

<엄지바위아래 숨은벽 능선>

숨은벽 능선 멀리 우측으로 영장봉과 가운데 안테나봉 아래 좌측으로 해골바위도 가물가물 보인다.

 

<장군봉>

장군봉에서 시작되는 파랑새능선은 멀리 끝 부분만 조금 보이지만

장군봉 사면의 단풍모습이 아름답다.

 

<백운대>

백운대 정상이 가까스로 올려다 보인다.

꼭 1년전 저 암릉길을 내려와 하단에 호랑이굴로 내려오던 그때가 자꾸 생각나게 하는 곳이다

 

<악어새바위>

지난해 후들거리며 올라섰던 악어새 부리가 아주 선명하게 보인다.

악어새 부리끝에 앉아 있는 강심장의 저 사람이 참 부럽다...

 

<인수능선>

악어새 바위는 맨아래에 아주 조그마하게 보인다.

 

<13:52 바람골>

엄지바위에서 내려와 비좁은 바람골을 지나 숨은벽능선으로 내려간다.

바람골에서 계단을 내려서면 급경사의 내리막이다.

숨은벽능선에서 백운대로 오르는 길은 북한산 오르막중에 둘째라면 서러워할 악명높은 오르막이다.

다행이 지금은 유유자적 단풍을 즐기면서 촬영하며 내려간다.

 

<14:07 밤골계곡의 단풍>

14:00 숨은벽능선으로 갈거냐.... 아니면 밤골계곡으로 갈것이냐....? 나에게 물어보는 이정목 앞에서

방금 밤골에서 올라온 한 남자에게 단풍상태를 묻자 이곳보다 조금 아래 계곡의 단풍색이 짙다하여

처음으로 밤골로 내려간다.

 

내려가는 계곡길은 바위가 많아 좀 불편한 등산로다.

 바람골 망설이던 이정목에서 5~6분 정도 내려오면 밤골계곡의 화려한 단풍길이 시작된다.

너덜 바위가 많은 불편한 내리막도 밤골계곡의  화려한 정취에 묻혀 지루함을 모른다. 

 

<14:11>

 

<14:17>

휘황찬란한 이모습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아직도 나의 기억에서 떠나지 않는 아름다운 단풍 모습은 거의 이십년 전에 설악 안산으로 오를때

고양이봉 뒤 천길 낭떠러지 바위 곳곳에 박혀 있던 새빨간 단풍이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듬성듬성 단애한 절벽 곳곳을 화려하게 수 놓았던  안산의 그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에 비하면 지금 이곳 북한산 밤골계곡의 모습은 눈 부시도록 화려하고 숨이 막히도록  빼곡하다.

거의 20여년 간 내 기억속에 자리매김 했던 설악 안산의 화려함은 지금 저 모습을 보며 여지없이 부서지고 있는 것 같다. 

 

.<14:18>

 

<14:20>

 

<14:24>

 

<14:32>

아름다운 단풍에 휩싸여 20분을 내려와도 단풍향연은 수그러들줄 모르고 오히려 내려오면 내려올수록 

단풍은 더 짙어지고 화려하다.

 

<14:34>

 

<14:36>

<14:43>

<14:48>

바위 너덜길이 거의 끝나가면 아름다운 단풍의 향연도 거의 막이 내린다.

이후로도 듬성듬성한 단풍길은 계속 되지만 워낙 화려한 단풍속에서 헤매였기에 감흥이 느껴지질 않는다.

이 모습이 밤골 계곡의 화려함, 그 마지막 모습이다.

 

이제 순탄한 계곡길을 내려오지만 화려한 단풍이 보이지 않으니 점점 피곤함이 느껴진다.

14:56 작년에 몇차례 넘었던 파랑새능선 입구에 설치된 금줄을 감개무량하게 바라보고

단축번호 1번을 눌러 늦지않게 밤골 지킴터까지 오라고 전화한다.

 

화려한 단풍도 없고 아내에게 전화를 하고 나니 왠지 내딛는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진다.

애처롭게 흘러내리는 작은 폭포를 지나 (15:17)  점점 더 무거워지는 발걸음을 스틱에 의지해 가며 15:39분

E-마트 계산대와 거의 같은 역활을 하는 밤골지킴터 탐방객수 계산대 사이로 나와 오늘 산행을 끝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