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산 (송광사에서 선암사까지...)
송광사(松廣寺)에서 선암사(仙巖寺)까지....
회사에서 어렵사리 성탄절을 전후로 3일간의 특별 휴가를 얻을 수 가 있었다. 이 금싸라기 같이 귀중한 3일간의 휴가를 어떻게 하면 유용하게 쓸 수 있을지 행복한 고민을 한 끝에..그래 역시 山이다!
2002년 12월 24일 거의 7시간을 달려 어둑어둑해서야 전라남도 순천시 호남정맥 의 고봉인 조계산(曹溪山) 기슭에 등을 대고 자리잡은 송광사에 도착하였다.
일찌감치 잠 잘수 있는 곳을 찾아 자리에 누우니 그야말로 고요함과 적막함으로 산사의 밤은 깊어만 가는데 무엇을 지키려는지 실로 오랫만에 들어보는 누렁이의 짖는 소리는 고요한 정적을 흐트려 놓지만 그래도 마냥 정겹기만 하다.
25일 자리에서 일어나니 함박눈이 평펑 쏟아진다, 어제밤 짖어대던 누렁이는 하늘을 바라보며 이리뛰고 저리뛰며 마냥 좋아하고 있는데, 눈은 땅에 닿자마자 이내 녹아 버린다.
09:00송광사
청량각을 지나 신라말 혜린선사가 창건 하고 지눌스님이 중건한 송광사 에서 淸下 범사님의 진솔한 가르침으로 마음의 다스림이 무엇인가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고,또 그분의 안내로 궂은 날씨 때문에 오늘은 개방하지 않는 박물관을 들러볼 수 있었고,송광사 3가지 명물(능견난사,쌍화수. 비사리 구시)와 대들보 없는 건물등 많은 안내를 하여주신 淸下 범사님께 고맙다는 인사를하고 송광사를 출발하였다.
10:25송광사 출발
바람이 세차게 불고 눈보라도 친다. 다행히 날씨는 푹한 관계로 내리는 눈은 금방 녹아 버린다. 송광사 우측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조금을 오르니 바로 장군봉 정상으로 올라 선암사로 가는 등산로와, 송광굴목재로 올라 보리밥집을 거쳐 선암사로 가는 등산로가 갈리는 곳에서 날씨가 너무 나빠 송광 굴목재로 오르는 등산로를 택하여 오르기 시작한다. 이 등산로가 송광사에서 선암사 까지 가는데 제일 쉽고 빠른 길이다.
11:30 송광 굴목재
등산로는 아주 양호한편이다. 넓기도 하지만 평평하기도 하여 등산로 보다는 산책로 라고 하는편이 좋을 것 같다. 한 10여분 오르니 눈이 쌓여 있다. 올라갈수록 점점 쌓인 눈이 많다, 그만큼 올라올수록 기온이 낮기 때문에 눈이 녹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돌로 계단을 만들어 놓아 훨씬 덜 미끄럽다. 아이젠 없이도 오를 수가 있다.
송광굴목재 거의 다 올랐을 때 처음 사람을 만났다. 나이가 70은 훨씬 넘으셨을 남자어른 두 분인데 조심스럽게 오르고 있으시다. 좀 위험한 것 같아 같이 송광굴목재 까지 오르니 바람이 엄청 세게 불고 눈도 내린다.. 그야말로 눈보라다. 그러나 하늘을 보니 날은 곧 개일 것 같고 또 머나먼 여기까지 와서 그냥 내려간다는 것은 두고두고 후회를 할 것 같아 그냥 내려가자는 집사람을 설득했는데 의외로 순순히 응해주어 연산봉을 거쳐 장군봉을 오르기로 하였다.
12:07 연산봉
송광 굴목재에서 연산봉으로 가는 이정표를 따라 좌측으로 오르는 길은 그 황홀한 경치가 저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하여 집사람 역시도 내 마음과 같이 정말 이곳을 오길 잘했다는 마음이 들게 할 정도였다.
저 산 아래에서는 상상도 못할 새하얀 눈꽃이 나무 가지가지마다에 피어 있어 등산로를 따라 긴 터널을 만들고 있고,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깨끗한 눈밭...
그 아름다운 눈꽃밭을 지나 미끄러운 능선을 힘겹게 올라 연산봉에 도착. 내리던 눈이 멈춰 바로 앞의 장군봉을 볼수 있었다.
이곳에서 조계산 정상인 장군봉까지는 왼쪽으로 마치 말발굽과도 같이 빙둘러선 능선을 따라 가면 된다.
12:18연산 사거리
연산봉에서 연산사거리 까지는 약간의 경사진곳을 한10분정도 내려오면 되는데 등산로 옆에 많은 산죽이 자라고 있어 마치 이곳도 터널을 지나는 것 같다.. 눈이 쌓여 있어 미끄럼을 타며 내려오니 한결 수월하다.
13:20 조계산 (장군봉)
조그마한 봉우리 몇 개를 오르락 내리락 하며 산죽이 사람 키보다도 큰 산죽 터널을 지나 연산 사거리에서 한시간을 오면 조계산 정상인 장군봉 이다.
14:50 선암사
장군봉에서 선암사로 하산하는 길은 급경사에 눈도 쌓여 있어서 아이젠을 착용하고 조심조심 산을 내려 왔다.길이 미끄러워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다. 한시간 정도 내려오니 눈이 녹아 길이 질퍽질퍽 하다.
아주 커다란 바위에 조각된 마애불상 앞을 지나 선암사에 도착하자 마자 눈이 많이 내리고 있어 겨우 겨우 사진 몇장을 찍을 수 있었다.
백제의 아도 화상이 세웠고 고려의 대각국사 의천이 중건했다는 선암사는 그 연혁이 오랜 것과 같이 건물도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어 계곡과 어울린 수많은 주위의 굵직한 나무들과 더불어 은은한 정취를 맘껏 풍기고 있다.
<산행후>
송광사와 선암사 모두 국내 손꼽히는 명찰로써 송광사는 보조국사 지눌스님의 도량이며 조계종의 총림(叢林)
이고 선암사는 대각국사 의천스님의 도량이고 태고종의 총림이다. 두 사찰 모두 국보급의 많은 보물과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유명한 고찰이다.
송광사의 굵직하고 곧은 소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아 있는가 하면 선암사의 굵고 곧은 늘 푸른 향나무도 이 못지 않게 높이 솟아 있다.
오늘 비록 4시간 여의 짧은 산행이었지만 굴목재 에서 연산봉을 오르는 환상의 눈꽃 터널은 아마도 두고 두고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고풍 찬연한 송광사와 선암사에서 내 나름대로의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뜻깊은 시간이었다 생각하며 오후 6시 호남고속도로 주암 I.C에 올라 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