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쨋날 9월 1일 남산제일봉 (매화산) 맑음
해발 1010m 높이에 가야산 국립공원에 포함된 가야산 남쪽에 있는 산이다.
가야산의 위세에 눌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산이지만 가야산 못지 않은 다양한 산세를 지니고 있다.
불가에서는 천불산 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천개의 불상이 산을 뒤덮고 있는 모습과 같다고 하여 그렇게 부쳐졌다 하는데,
실제로 능선마다에 있는 수많은 기암들을 바라보며 산행을 하면 그 말이 실감이 날정도로 기기묘묘한
수많은 바위들로 가득한 아름다운 산이다.
오전10시 해인사에서 4가지 종과북 치는 행사을 보려하였으나 오늘은 어찌된 일인지 20여분을 기다려도 칠 기미가 없다.
하는수 없이 남산 제일봉 등산로 입구인 청량사로 향한다.
해인사에서 청량사를 가려면 경치가 좋기로 유명한 10리길 홍류동 계곡을 거쳐 갸야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밖으로 나간다.
관리사무소를 좀더 지나 우측에 빛바랜 청량사 안내표시판을 보고 내리막 좁은 도로도 내려선다.
근민교 다리를 지나 잘 포장된 도로를 따라 경사진 산등성이를 오르면 좌측에 보기에도 시원한 저수지가 보인다.
우측 청량사 가는 표시를 따라서 좁은 길로 들어서 조금을 가면 가야산 국립공원 청량사 매표소다.
11:08 매표소앞 주차장에 외롭게 나만의 자동차를 세워놓고 산행을 시작한다.
역시 오늘도 어제에 이어 맑은 날이다.
입고 있는 옷만을 보면 꼭 어느 보살 같은 아주머니 한분과 같이 동행을 하게 되였다.
오죽하면 매표소 직원이 절대 촛불을 켜서는 안된다는 말까지 했을까....
기껏해야 오십 안팍의 어느집 맛며느리 정도로 생각했는데 놀라웁게도 올해 환갑이시란다.
많으신 연세에 비해 훨씬 젊어 보이는 모습도 놀라웠지만
산이 좋아 혼자서 좋은 산을 찾아 전국방방곡곡을 다니신다는데 또 한번 놀랐다.
그것도 늘 대중 교통만을 이용하신단다.
참 대단한 분을 만난 것 같다.
대구에 사신다고 하는데 시멘트로 포장된 길을 함께 오르는데 그 발걸음이 예사롭지가 않다.
11:14 청량사 입구
천불산 청량사라 쓰여진 큰돌 표지석이 있고 남산 제1봉 1.9km 처량사매표소 0.8km 이정표가 있다.
이곳에서 등산로는 포장된 도로를 비껴 굵고 키큰 노송이 우거진 좌측 널찍한 숲길로 향한다.
포장길를 따라서 가면 청량사로 가는 길이다.
물이 흐르는 작은 계곡을 건너면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오르막이 지만 길은 편안하다.
11;18 역시나 편한길도 잠시 작은 돌이 많아 발걸음이 불편하다.
대구 분은 정말 잘걷고 계시다.
집사람 역시도 어제힘든 산행을 하였는데도 의외로 잘걷고 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날씨는 덥지만 몸은 어제보다 한결 가벼운 것 같다.
11:36 통나무로 끝을 바치고 있는 돌계단이 엄청 가파르다.
묻지 않아도 말씀을 잘하시던 대구분은 말이 없으시다.
땀을 많이 흘리시며 발걸음이 접점 힘들어 보인다.
말씀 하시는거야 같이 받아 줄수가 있지만 쫓아오지 못하는 것 까지야 어쩔 도리가 없다.
11:47 북한산 12대문 종주를 할때 위문을 올라가는 것과 흡사한
급경사의 돌계단을 숨 가쁘게 올라 능선 안부 삼거리에 도착.
나무판에 등산로 약도가 그려 있고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다.
멀리 웅장하게 가야산의 보이고 건너편 능선에 말로만 듣던 기암들의 모습이 장관이다.
곧바로 대구분이 땀을 많이 흘리시며 올라오셨다.
이곳 산행은 남산 제1봉에서 해인사 근처의 신부락으로 하산 하는게 일반적인데
우리는 매화산 까지 갔다가 다시 청량사 매표소로 돌아올 것이라 하였더니 그분도 그리하신단다.
산행을 끝내고 버스 타는곳 까지 모셔다 드린다 약속하니 몹시 기뻐 하신다.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산을 펄펄 날으실 것 같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잡아 능선을 오른다.
우측길은 홍류동 계곡 중간에 있는 농산정에서 올라오는 길인 것 같다.
11:52 전망대같은 봉우리
가슴이 탁트일 정도로 조망이 좋다.
우측으로 멀리 두 봉우리의 가야산이 보이고 좌우측 계곡건너 능선에 소나무와 어우러진 갖가지 모양의 수많은 기암들은 하나같이 끝부분이 순하게 다듬어져 있는 것 같이 특이하게 보인다.
평탄한 능선을 잠시걷다 울창한 숲으로 그늘이 드리워지고 산죽이 초입에 있는 오르막을 다시 오른다.
금방 새로 만든 것 같은 나무계단을 지나고 그냥 지나치기 쉬운 끝이 둥굴고 사람키의 두서내배 정도의 조금 큰 묘하게 생긴 바위 여럿이모여 있는 작은 봉우리에 올라 정상을 바라보면
갓 가지 기기묘묘하게 생긴 바위군상이 이쪽능선에도 저쪽능선에도 그 능선을 따라 줄이어 서 있다.
아무리 멋있고 웅장한 바위가 많아도 그 못지 않은 수려한 소나무와 숲이 없다면
그 어찌 아름다운 절경이라 할 수가 있겠는가...
설악과 월출산의 그 웅장하고 장엄한 바위들에 넋을 잃는 것은 그 큰바위 가운데 사이사이 에
우뚝 자리잡고 가지 휘여진 소나무 때문이며,
저 앞의 수많은 기기묘묘한 바위들도 그 옆에 소나무 그늘이 있기 때문이다.
저 앞에 수많은 기암들의 아름다움이 설악과 월출의 웅장함에 비할바 아니라면.
설악의 그 웅장함 역시도 저 아기자기한 이곳의 아름다움에 비할바가 아닐것이다.
다만 그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을 짓누르려는 듯 돌아서는 모퉁이 마다에 서있는 육중한 쳘계단이
저 빼여난 자태에 흠집을 내고 있다.
12:27 작은 봉우리에 까지 설치된 철계단을 내려서면 병풍처럼 둘려쳐있는 병풍바위를 지난다.
쳘계단이 없으면 네발로 기여서 재미난 릿찌 산행을 하여야 할곳이다.
통나무로 밑을 받쳐 놓은 계단을 오른다.
마치 설악산의 용아장성 능선을 축소시켜노은 듯한 좌우에 멋진 바위들을 바라보면
때마침 불어온는 시원한 바람에 모든 모습들이 한층더 아름답게 보인다.
잠시 얕은 내리막길은 내려섰다가 몇 개의 철계단을 이리저리 돌아 오르면
2:54 해발 1010m의 정상 남산 제1봉이다.
삼각점이 보이지 않는다.
청량산 매표소 2.3km 치인집단시설지 2.6km 이정표가 있다.
복쪽 으로 해인사가 뚜렷하게 보이고 그 뒤로 가야산이 웅장하게 보인다.
기이 하게도 무슨산 인지는 알수 없으나 해인사에서 남산 제1봉과 일직선상인 정남향에
높은 산봉우리가 있다 (등산객 한분이 의상대 라고 한다)
멋있는 바위들로 둘러서있는 정상 한편에 해인사와 이곳 남산제1봉에 관한이야기가 쓰여 있다.
나침판을 꺼내 해인사 방위각을 보니 1° 도 빗나가지 않는 정북향이다.
해인사에서 보면 정남향인 이곳 남산제1봉이 기(光氣.)가 세어서 해마다 해인사 대적광전에 불이 났다고 한다.
그 기를 꺾기 위하여 오래전부터 해마다 단오날에 5개의 소금항아리를 묻었더니 그 이후론 화재가 나지 않았다한다.
실제로 지금도 5개의 적은 항아리에 소금이 있다하는데 실제로 작은 항아리 뚜껑은 보았는데 열어보지는 않았다.
이곳에서 대구분과 함께 점심 식사을 하였다.
13:25 올라온 반대편의 철계단을 내려가면 출입금지지역 이라는 표시판이 있다.
그앞에서 우측에 있는 계단으로 내려가는 길은 해인사 로 내려가는 등산로 이다.
직진하는 길은 들어가지 못하도록 줄로 막아 놓았다.
매화산 으로가는 길이다.
줄넘어 커다란 바위앞 그늘진곳에 연세 지긋한 남자분이 식사을 하고있다.
줄을넘어 한참을 가도 대구분과 집사람이 쫓아오는 기색이 없다.
몇 번 불러보니 집사람 혼자서 오고있다.
입구에서 식사를 하고 계시던분이 합천까지 간다하여 그분과 함께 해인사 쪽으로 내려가셨다고 했다.
더위에 힘든 산행을 같이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였는데 인사도 드리지 못한 것이 못내 서운하다.
13:56 매화산 가는길은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아서 길은 히미 하지만 걷기는 좋다.
한참을 내려가면 내려간 만큼의 고도를 채우기 위하여 비지땀을 흐리며 첫 번째 봉우리에 올랐다.
정상을 오를때는 계단이 많아 어려운 곳이 없었는데 이곳은 등산로가 아니 여서 아무시설도 없다.
본인의 의지대로 가는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지 가뜩이나 흐미한 길인데 능선 에 서있는 바위들 양쪽으로 길이 갈리는 곳도 있어
진행이 더딘곳도 있다.
굵직굵직한 바위로 되여있어 저쪽 올라온 능선을 보려면 이리저리 힘들여 릿찌을 하여야만 했다.
암벽전공인 아내의 진가가 발휘되는 곳이기도 했다.
처음 집사람을 이끌고 북한산 숨은벽을 오를땐 청심환을 먹이고 같이 올랐었는데
지금 이 바위 위에서는 이제 내가 청심환을 먹어야 할 것 같다.
14:11 두 번째 암봉
우회하는 길도 있지만 그냥 오르기로 하였다.
말이 암봉이지 전체가 커다란 암봉으로 된건 아니다.
첫 번째와 마찬가지로 쉽사리 정상을 허락하지 않으려는 듯 길도 불분명하고
둥굴둥굴 하고 넙쩍한 바위가 많다.
넘기도 하고 피하기도 하다 길을 잃어 알바도 조금하여 올라왔다.
역시 산은 한바퀴 돌아보아야 제격이다.
둥굴게 반원을 그리며 이곳까지 와서 남산 제1봉과 올라온 반대편 능선의 기암들의 모습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많은 산을 다녀 보았지만 이리도 많은 바위군상들이 송림과 어우러져 아름답게 서있는 곳은
별로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앞으로 가야할 능선을 바라보니 바위는 보이지 않고
나무만 서있는 봉우리가 보일뿐이다.
그 봉우리에서 내려와 힘들어 보이는 아내를 쉬게 하고 혼자서 매화산 까지 갔다 오기로 하였다.
그렇게 멀지 않은 것 같아 빨리 갔다 오면 되겠지만,
이 한적한 산속에 아내 혼자 두고 갔다 오기가 좀 그렇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매화산 을 만나지 않고 그냥 돌아간다면
내 언제 또다시 이곳을 찾아 올지 그 기약을 할수 없는 것이 아닌가....
14:18 빠른 걸음으로 산죽이 있는 능선을 지나 어느 산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조그만 바위들이 듬성듬성 있는 산봉우리를 지나고 이제 더 이상 앞에는 이보다 더 높은 봉우리는 없는 곳에 까지 와서 되돌아간다
매화산 인가보다. 인적이 없는 한적한 산중에 혼자 앉아있을 아내를 생각하니 주위를 살펴볼 결을도 없이 빠른 걸음으로 오던 길로 되돌아간다.
14:27거의 뛰다시피 달리며 아내를 불러보니 대답하는 소리가 히미 하게 들려온다.
잊어버렸던 것도 아니고 오랜 시간이 지난 것도 아닌데 나를 향해 걸어오는 아내의 모습이
그리도 반가울 수가 없다.
이제 하산길이다.
하산길은 으레 산을 내려가야 하는데 오늘은 다시 남산제1봉을 올랐다가 오던길로 다시 내려가야 한다.
힘이야 들겠지만 그 힘들음만큼 이 아름다운 모습을 또 다른 옆에서 다시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 아니겠는가....
어여쁜 사람을 돌아보면 볼수록 점점 더 어여뻐지는 것처럼 말이다...
5:00 남산 제일봉
5:56 삼거리 갈림길
18:30 청량사 도착
천불산 청량사 라고 쓰인 돌 표시판 못 미처 에서 청량사로 들어갔다.
열개 이상의 가지가 밑에서부터 뻗어난 소나무 두 그루가 인상적이다.
하늘을 찌를 듯 서있는 굵은 적송과
하늘을 뒤덮을 것 같은 수 많은 고목이 청량사를 에워싸고 있다.
게다가 청량사 까지 뻗어내린 산자락에 서있는 굵직굵직한 기암들의 모습은
청량사 절터도 백련암 못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잘 조성된 조경에 고풍스럽지 못한 화려한 색깔의 건물들은
9세기경에 제작되였다는 청량사 삼층석탑(보물제266호)과
청량사 석등(보물제 253호)하고 어울리지가 않는 것 같다.
대웅전 가는길 파란 잔디위에 멧돌을 촘촘히 밖아 길을 만든 것도 이채롭다.
17:05 청량사에서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뒷걸음으로 매표소에 도착하였다.
집을 떠나온지 벌써 4일이 지났다.
지금도 가까운 친척집엘 가도 어둠이 스며들기 시작하는 일몰을 보면 집 생각이 난다는 아내는
그만 집으로 돌아가자고 한다.
전에 같이 산행은 많이 하였지만 이번 휴가처럼 호젓하고 등산객이 별로 다니지 않는 곳을 둘이 산행한 적은 없었다.
아내는 첩첩산중 깊은 골짜기에서 오직 나만을 의지 하는수 밖에 없었고
내가 아니면 험준한 산 준령에서 그 누가 아내를 보살펴 주었겠는가...
백련암 에서 가야산 가는 길이 그랬고 또 오늘 매화산 가는 길이 그랬다
무모한 짓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산에는 말이없는 좋은 친구가 한없이 많다.
좋은 친구는 절대로 나를 해코자 하지 않는다.
나를 상처나게 하였다면 그건 내사랑이 그 친구에게 부족했기 때문이다.
혼자 잠잘 수 있는 것이 미안한지 연신 하품을 하며 잠들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던 아내는
음악 소리을 틀려주자 이내 잠들어 버린다.
밤하늘에 가득한 빛나는 작은별 들을 차창 밖으로 바라보며 김천 I.C에 올라섰다.
자동차는 집을향해 달리는데 마음은 속리산 서북능선으로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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