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량도” 옥녀봉에서 지리산까지...
작년에 집안 일 때문에 우리“산빛”의 정기 산행지 였으나
참가하지 못했던 경상남도 통영시 사량도 지리산을 이번 휴가를 맞이하여
아내와 돌아보기로 했다.
2003년 8월 10일 9:30 집 출발,
막바지 휴가철이여서 인지 푸른그늘님 말대로“터프”하게 차를 몰지 않았는데도
오후 4시 무렵에 통영시 도산면 “가오치” 도선장에 도착하였다
오후 5시 편도 1인3,500원 합 7,000원, 차량도선료 10,500원, 합계 17,500원을 지불하고
탄 사량호는 양식 어구인 부표들이 질서정연하게 줄지어 늘어서 있는 어류 양식장 사이를 달려
상도(上島)와 하도(下島) 두개의 섬으로 나뉘어진
사량도 상도의 금평항 사량터미날에 40여분만에 도착하였다.
친절하고 인심 좋은 사량도 주민 권영학씨의 소개로
옥동마을 한 민박집에서 아주 저렴한 25,000원의 숙박료를 지불하고
출렁이는 파도 소리를 벗 삼아, 시커먼 바닷 모기 물려가며 단잠(?) 을 이룰 수 있었다.
11일
이 섬에서만 오가는 버스 시간을 맞추려 6시에 기상,
옛날 솜씨를 되살려 오늘 하루만은 좀 편하라고 아내 대신 아침을 짓고 있는데
하나도 반갑지 않은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TV 일기예보에서 오늘 이곳 남해안에는 폭우가 쏟아지겠다며 100mm가 넘는 곳도 있겠단다.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오후에는 중부지방부터 갠다고 하는데
여긴 분명히 남부지방 중에서도 남부지방인데 언제나 날이 갤는지...
사량 터미널 앞에서 보면 산줄기가
좌측으로 길게 섬의 서쪽 끝 돈지리까지 뻗어있다.
동쪽 사량터미널부터 따진다면
사량터미널, 옥녀봉. 가마봉. 달바위, 지리산, 돈지리 순으로 된 능선이다
하도 산이 아름답고 그 어느 산보다도 등산의 묘미도 느낄 수 있어서
전국 각지에서 많은 등산객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종주산행은 돈지리에서 시작하여 사량터미널로 내려 오는게 일반적이다.
이곳의 유일한 교통 수단인 딱한대의 버스는
거의가 산을 찾아오는 손님을 실은 배가 들어오면
지체 없이 손님을 실고 돈지리 로 떠난다.
돈지리에서부터 산행을 시작하면
하산 후에 바로 금평항의 사량터미널에서
육지로 떠나는 배를 이용하기가 용이 하기 때문이다
배가 안 들어 오면 버스도 움직이질 않는다.
그러니 금평항 쪽 옥녀봉 에서 돈지리 쪽 지리산으로 으로 산행을 하면,
산행시간의 여하에 따라서 버스 시간을 놓칠 경우
8km를 걸어서 오는 수 밖에 없다.
행여 시간이 지나면 비가 그치지 않을까...
식사 후 한참을 자고 났는데도 아침9시 밖에 되질 않았다.
비는 그치기는커녕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비구름으로 앞산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머나먼 이곳 까지 와서 그냥 갈 수는 없으니
배낭을 챙겨 차에 싣고 터미널로 나가 버스 운전기사 분을 찾았다.
금년 67세의 손임식씨.
이곳 사량도 에서 어린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든 이들이 가장 반기는 고마운 분인 것 같다.
전후사정 이야기를 하였더니
돈지리로 내려오면서 전화를 하면
꼭 우릴 태우러 오신다는 말씀에 너무도 고마웠다.
비가 와서 위험하니
가능하면 우회하는 길을 이용하라는 염려의 말씀도 가슴속에 새기며.....
10 :30 출발
터미널에서 사량면사무소를 지나 돈지리 쪽으로 가다보면
KT 통영지사 사량분기국사 담 모퉁이을 끼고서 옥녀봉을 오른는 길이있다.
좌측에 잘생긴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고 담과 나무 사이로 우리가 갈 길이 나 있다.
거의 내려오는 길이라 그런지 입구에는 표지판이 없었는데
조금 산으로 더 올라가야 표시리본이 보이기 시작한다.
세찬비로 등산로가 물줄기가 된 것 같다.
워낙 세차게 비가 내린 탓에 흙 표면이 유실되어 바닥의 돌들이 드러나서인지
다행히도 생각보다는 덜 미끄러웠다.
미끄럽지 않은 대신,
일단 넘어 지기라도 하면 날카로운 바위들 때문에
부상을 당할 것 같아 신경이 쓰인다.
며칠 전부터 입술도 부르트고
이곳에오기 전날부터는
결막염까지 생긴 아내는
몸이 많이 불편한 것 같다.
오늘 이 악천후 속에 과연 쫒아올수 있을까
내심 걱정이 됐지만 세찬 비 에도 불구하고
급경사에 오르막 길을
그래도 열심히 잘 쫒아 오고 있는 모양이 대견해 보인다.
10:50 능선에 올랐다.
다행이 내리던 비가 훨씬 약해지는 것 같다.
비는 약해졌지만
비구름으로 가시 거리가 한 오십여 미터 정도 밖에 안되는 것 같다.
11:00계단
능선이 거의 바위로 되어 있는 길을 10분 정도 올라가니
스텐리스로 된 급경사의 이십미터 정도의 계단이 나온다.
옆에 엄청 굵은 밧줄이 늘어져 있는 것을 보니
예전에 계단을 설치하기 전에는 그걸 이용했나보다.
바닥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요철이 있지만
내리는 비 때문에 일반 철계단 보다 훨씬 미끄럽고
***이곳은 부식을 염려하여 철계단 대신 스텐리스 계단이 설치돼있다***
손잡이도 한손으로 잡기엔 너무 굵고 미끄러워 쉽지 않은 길이었다.
11:08 옥녀봉
계단을 조심스럽게 올라 바위길을 잠시오르면
옥녀봉이라는 표시석이 나타났다.
그때 천만다행으로 내리던 비는 멈추고 가랑비만 조금씩 내린다.
옥녀봉 정상에는 많은 이들이 무엇을 염원하였는지
무수한 돌로 쌓아놓은 돌탑이 있어 나 역시도
작은 돌을 올려놓고 마음의 기원을 해본다.
아내와의 오늘 이 산행이 무사히 끝낼 수 있고...
몸이 좋지 않아 늘 괴로워하는 친구도 하루 빨이 건강해지기를 ....
옥녀봉을 지나면서 차츰 날이 환해진다.
다만 진한 구름으로 인하여 이번 산행중 가장 경관이 좋다고 하는
옥녀봉에서 가마봉 까지의 아름다운 경관을 볼 수 없음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집사람 역시도 그 서운한 마음에 아쉬움을 토로한다.
지금 구름이 앞을 가려 산 아래 아름다움을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마음에는 한이 없는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에
눈으로 보는 것 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있으니
오늘 많은 아름다움을 보고 간다고 생각하자며 그 아쉬움을 함께 달래 본다.
기왕에 내친김에 우회로를 통과하지 않고
위험한 등산로를 택하기로 하였다.
조심스러이 여러 곳의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비탈진 암벽에 놓여진 스텐리스 손잡이를 잡고 조심스럽게 통과하니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인
이십여 미터 수직줄사다리가 매여 있는 암봉에 다다랐다.
11시 30분 이름모를 암봉!
오늘 산행의 압권이다.
이십여미터 정도 수직으로 매어 있는 줄사다리는 스릴 만점의 코스이다.
밧줄에다 사각나무를 매어서 사다리를 매어 놓았는데
튼튼하게 고정은 되어 있지만 비가 와서 나무토막이 몹시 미끄럽다.
미끄러지지 않도록 약간 경사진 쪽의 끝을 꼭 밟고 올라가라며 집사람을 앞세웠다.
만약에 조금이라도 미끄러진다면....
그리고 추락한다면...
그래서 아내를 앞세우고 뒤쫓아 올라가는 것이다.(죽을 때 죽더라도 함께)
그리고 아내는 거길 올랐다.
긴장으로 얼굴이 상기된 아내를 아무도 없는 그 바위산 봉우리에서
한동안 말없이 꼭 부등켜 안아 주었다.
널찍한 정상 위에는 아무것도 없다.
꼭 올라야 할 이유도 없는데, 위험을 무릅쓰고 둘이서 이곳에 지금 있다는 사실...
그것이 전부이다.
때마침 하늘이 점점 맑아지고 오른쪽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참 희안한 날씨다.
능선을 중심으로 북쪽하늘은
내지 마을과 바다에 떠다니는 배가 아름답게 보이는데
남쪽은 구름으로 가려 전혀 보이질 않는다.
지리산 쪽으로 이 바위 봉우리를 내려가는 것도 쉽지는 않다.
이십여 미터 물 묻은 바위 아래를 내려다보면 오금이 저린다.
아내는 또 지레 겁을 먹는다.
3개의 굵은 밧줄이 매어 있는데
제일 긴 줄을 택해서 내려 가는게 쉬울 것 같다.
물기에 젖어 미끄러워진 바위를 앞서 내려오며
뒤쫒아 내려오는 아내를 리드하여 간신히 내려왔다.
이곳에서 적잖은 시간을 소비하였다.
긴장도 풀 겸 참외 하나를 깎아 먹으니 꿀참외란 말이 이걸 두고 하는 것 같다.
내려온 암봉에서 얼마나 혼이 났던지
아내는 이제 밧줄만 보아도 걱정인가보다.
그런데 왜 또 그렇게 굵은 밧줄 매인 곳은 많은지...
몇 군데 밧줄을 타고 오르내리며 이십여 미터 높이의 급경사진 스텐레스 계단을 오르면
12시 7분 가마봉이다
손잡이도 굵고 바닥도 물기가 있어 몹시 미끄럽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이곳에서 추락사고가 젤 많이 났다고한다
가마봉 303m 라고 검은 돌에 씌어있다.
그새 파란하늘도 보인다.
왼쪽 하도의 산도 가끔 그 모습을 보이곤 한다.
아주 기분이 상쾌하다. 그냥 모든 것이 다 좋다.
북쪽 능선아래 자그마한 폭포가 그림같이 보이고
아무도 그릴 수 없는 한폭의 동양화같은
지리산쪽의 전망은 그야말로 절로탄성을 자아나게 한다.
구름 때문에 지나온 옥녀봉이나 바위 봉우리는 잘 안보였다.
12 : 15 바위능선 이정표
가마봉을 지나 경사진 바위 길을 조심히 내려와서 돌아보니
그 길이 보기에는 더 위험해 보였다.
마치 설악의 용아장성능선과 흡사한 칼날처럼 생긴 바위능선을 내려오면
지리산 2.55km 가마봉0.2m 옥녀봉0.6m라는 이정표가 있다
12 : 40 이정표 봉우리
칼로 금을 그어놓은 것 같은 바위길을 힘들여 올라오면
지리산 위험로 1.8km. 우회로 1.8.km이정표가 있는 봉우리다 .
가끔 보통의 등산로 같이 편안한 숲 속의 길을 걷는 듯한 곳도 나타나기 시작한다.
12 : 55분 달바위
검은색돌에 달바위 400m라 씌여 있는 달바위에 오르다.
이 상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데 삼각점이 없는게 의아하다.
의미도 있어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13:10 점식식사를 끝내고 출발
3~4분후 또 용아능선 같은 위험구간을 넘어
지리산 0.35km 옥녀봉3km 가마봉2.7km 라고 적힌 이정표에 도착하였다.
아기자기한 바위능선을 조심스러히 통과 하고
평범한 등산로를 걸어
13:55 지리산
바위로 된 봉우리이다.
이곳에 유일하게 삼천포23 이라는삼각점이 있다.
날씨는 완전히 개어 온 길을 뒤돌아보니
동쪽으로 달바위, 가마봉. 옥녀봉이
북쪽에는 내지 항과 바다에 떠다니는 작은 배들과
이름모를 섬들이 평화롭게 펼쳐져 있다.
하늘도 우릴 도우려는지 날씨도 맑게 개어
오전에 마음으로만 보려했던 그곳들을 이렇게 멀리서나마
볼수 있게 된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14:20 마지막봉우리
물이 아직 흐르는 미끄러운 바위로 된 길을 통과
조심해서 조금 걸으면 이름이 없는 마지막 봉우리에 이른다.
돈지 1.7km 지리산 0.9km라는 이정표가 있다.
14:40 마지막 이정표
끝내 편한 길을 허락하지 않는 날카로운 작은 바위들로 된 하산로를
조심해서 내려오면
돈지 1.25km라는 마지막 이정표가 있다.
그 이정표을 지나면 많은 리본들이 달여 있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부터 출발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곳에서 손임식 씨에게 전화를 드리니 이미 돈지에 와 있으니 얼른 내려오란다.
15:00 돈지마을
지쳐 힘들어 하는 아내를 재촉해 사량분교 정문을 지나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돈지마을에 도착하니 세시 정각이다.
먼 여정에 비해 짧은 산행이었지만 많은 것을 느꼈다.
나하곤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지만
참으로 좋은 분들이 우리주위에는 얼마든지 있다는 것과
그분들은 아무 조건 없는 순수한 마음을
서슴없이 베풀 수 있는 넉넉함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에 비하면 산을 좋아한다는 나는
과연 얼마만큼 남을 위하는 넉넉함을 가졌는지 뒤돌아보게 했던 산행이었다.
10 : 30 금평리 출발
11 : 00 옥녀봉
11 : 30 암봉 (수직 줄사다리 놓인곳)
12 : 07 가마봉
12 : 55 달바위
13 : 55 지리산
14 : 20 마지막 봉
15 : 00 돈지마을 (총 4 : 30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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